한국이 싫어서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줄거리
주인공 계나는 인천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호선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강남역까지 2시간 동안 출근한다. 자기 마음대로 점심 메뉴로 동태탕인지 생태탕을 시키는 과장.
계나는 회사 방침대로 협력사가 점수 미달이라 교체하려고 하지만 과장은 계나를 불러 다그친다. 그 회사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지 작년에도 점수가 한참 모자란데 선택 되었다. 계나에게 사회성 운운하며 화를 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청을 쓰기를 강요한다.
계나는 그럴 수 없다며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하자 태도가 바뀌는 과장. 밑에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면 자신의 인사고과에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로 바꿔주겠다며 계나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 1년 전에도 그 말 하셨다고 되받아 치는 계나. 계나는 팀을 바꾸었지만 얼마 안 가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간다.
남자친구 지명과는 대학교 때 만나 7년을 연애했다. 남자친구는 집은 잘 살지만 취준생이었는데 그 동안 계나가 밥도 사주며 오랜 사랑을 키워왔다. 남자친구는 책임감이 있어 계나와 미래를 꿈꾸지만 남자친구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자존심이 상한 계나는 남자친구 앞에서 그의 어머니가 준 상품권을 찢어버린다.
"우리 부모님 원래 저런 사람들 아닌데 오늘 이상하네."
"이거 돈 아니야 상품권이야."
"나 너랑 같은 대학 같은 과 나왔어.
니네집 처럼 과외 붙여주고 학원보냈으면 너보다 훨씬 좋을 대학 갔을 거라고."
"야! 취직 못해서 대학원 다니고 있는 니 누나보다 낫다 ㅅㅂ 무슨 유아교육을 대학원까지가서 배우고 있어."
책임감 있는 남자친구는 헤어졌지만 계나를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기다리겠다고 말을 한다. 계나는 거절하고 공항에서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헤어진다.
계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러명의 연하남과 사귀게 된다. 연하남만 꼬이는 이유가 알고보니 외로운 해외에서 엄마 같은 사람이 필요해 자신을 만났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너무 늙어서 뉴질랜드에 왔나 보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하게 된다.
나름 잘 지내던 어느 날 인종차별 당했을 때 도와준 일을 계기로 친해진 친구가 낙하산을 타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동영상 찍어달라고 한 뒤 실종되는데 SNS에 불법 동영상 업로드 했다고 영상 찍은 계나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기록이 남아 영주권 얻기도 힘들어 진다.
그때 파티에서 만난 부유한 집안의 인도네시아 청년에게 고백 받으며 함께 떠나 사업하자고 제의를 받지만 거절하고,
뉴질랜드 왔을 때 인연이 닿은 한국인 원장 가족이 중 지진에 예민한 신경 쇠약걸린 남자가 있었는데 실제 지진과 쓰나미 뉴스 보도 이후 그들의 죽음이 암시된 듯한 일가족 사망 사건을 접한다.
안좋은 일만 있던 것도 아니다. 영어도 늘고 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다니면서 즐거운 일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행복을 강의하며 책을 썻던 유명인의 자살을 뉴스로 접하고 오랜 고시생활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동기의 부고를 듣고 잠시 한국에 돌아온 계나는 장례식에 참석한다.
착잡한 마음이지만 그곳에서 다시 전남자친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원하던 기자가 되었지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자친구. 다시 한번 계나와 미래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남자친구의 집에 자신이 뉴질랜드 떠나기 전 공항에서 뺐던 동화책을 발견한다. (추운게 싫은 펭귄 동화책) 뭔가 로맨틱 했지만.. 계나는 다시 한국을 떠난다.
결혼을 암시하며 자신을 붙잡는, 이제는 취준생이 아닌 기자가 된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보장된 것은 없지만 다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주인공 계나의 모습이 마지막이다.
대부분 공감 갔던 초반에 비해 결말이 아쉽다고 하는데 그냥 다시 대책없이 떠나는게 다야? 라는 듯한. 납득할만한 행복한 결말을 내놓지 못한 것에 실망하는 것 아닌가싶다. 한국 싫어서 떠났으면서 결국 번듯한 직장도 없고, 정착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한국보다 높은 연봉을 받거나 비싼 집을 가지고 차를 몰아야 성공이라 생각하는, 행복을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찾는 것이 딱 한국인 마인드로는 만족할만한 결말은 아닌가보다.
그러나 나는 결말이 좋았다!
솔직히 일반적인 사람 같았으면 다시 떠나지 않고 결국 전남자친구하고 결혼하며 애 낳고 지지고 볶고 살았을 듯.
아니지 진짜 한국 여자의 일생이었다면 애초에 뉴질랜드는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조금 사는 남자친구 가족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앞에서는 말도 못한 채 삭히고 남자친구에게 짜증 섞인 하소연 조금 하다가 풀어지고 찝찝한 기분을 가진 채 결혼. 결혼 후 시가와의 은근한 갈등에 육아에 지친 워킹맘으로 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라 어떤 성별과 나이에 따라 갖춰야 하는 것들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걸 벗어나기만 하면 낙오자로 취급하고 아주 다른 길을 가버리면 비난하고 무시한다.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이 싫어서 계나가 떠난 것인데 여전히 여주인공에게 도피성 이민을 꿈꾸지만 너는 거기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니. 좀 도망치면 안 됨?
자기 돈으로 행복 찾아 이것저것 해보겠다는데 왜 난리일까?
직업에 귀천 있는 한국과 달리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임금 격차 없는 곳. 출퇴근 왕복 4시간 안걸리고 워라밸 좋은편.
결혼할 때 집안이 경제적 차이가 나면 없는 쪽이 납작 엎드려야 하는? 설설 기지 않으면 없는 것들이 자존심만 세네, 이래서 집안을 봐야 한다. 자격지심, 가정교육, 비슷한 수준끼리 만나야 한다는 둥 어떻게든 비교하여 상대를 깎아내리며 손익계산 하지 않고 아무도 나를 모른다. 내가 부자인지 가난한 집 사람인지 인도네시아 친구도 몰랐다.
그러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솔직히 이민 생활도 녹록치 않고 한국에서 겪을 일 없는 차별도 있다. 인종이나 영어 실력으로 무시당하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 겪은 일들이 싫어서 떠난 계나에게 인종차별과 영어실력으로 인한 무시를 받더라도 뉴질랜드나 호주가 더 맞는 곳 아닐까?
인종은 어쩔 수 없지만 영어는 실력이 늘어가니까.
누군가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전남자친구와의 결혼이 나아 보일 수 있겠으나 그것을 뒤로 하는 계나의 선택을 존중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 자살한 남자 동기에게 누구 하나 패배자나 낙오자라고는 하지 않고 삶에서 도망쳤다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안타까워하고 공감하면서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자기 앞가림 하고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계나한테는 다들 박한 평가를 내리는지 모르겠다.
사회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 행복을 찾아 다시 떠나는 수많은 계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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